스마트기기의 활용이 급증하면서 스마트기기가 몰고 온 시장에서의 기술적 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스마트기기의 활용이 마케팅에도 적극 도입되면서 개인화, 맞춤화 서비스가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이는 또다른 표준화와 규격화의 과제를 낳고 있으며,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늘어나는 비용부담을 어떻게 소화할 수 있을 것인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 기기의 차별적 특징 중 하나는 동일한 H/W 기기를 사용하면서도 S/W적인 요소인 컨텐츠·애플리케이션을 고객별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해, 고객들이 자신만의 맞춤화된 사용 경험을 누릴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스마트화 시대에는 권력과 가치의 분산, 가격보다는 가치 소비 중심의 소비 패턴 심화, 상품에 대한 강력한 지식과 체험으로 무장한 소셜 네트워크의 활성화 등으로 고객 가치의 미세분화와 개인화·맞춤화 경향이 보다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즉 소비자들의 개별적·차별적 요구 증대에 따라 특정 시장의 범위가 축소되고, 제품·서비스의 수명이 단축되는 현상이 가속되고 있다.
시장 가격 역시 구매 상황이나 시간적 타이밍, 개인의 소비 성향, 구매 경로 등의 차이에 따라 같은 상품에 대해 상이한 가격이 매겨지는 이른바 ‘스마트 가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나 홀로 손님을 위한 싱글 메뉴, 싱글 전문 가구점, 싱글 전용 여행 상품 등 개인을 위한 전용 상품 시장도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 이른바 대량 소비 시장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이제 대량 소비 시장을 대상으로 유사한 제품·서비스를 통해 경쟁하던 패턴에서 벗어나야 한다. 고객과 시장을 보다 세분화하는 한편, 개별 고객의 개인적인 선호도에 최적화된, 보다 맞춤화된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그러나 개인화·맞춤화와 코스트 간에는 전통적인 트레이드-오프가 존재한다. LG경제연구원 조준일 연구위원은 “개별 고객 모두에게 각기 상이한 제품·서비스를 생산하고 제공하는 일은 기업 입장에서 엄청난 비용 상승을 초래해 거의 불가능할 수 있다.”고 말하고, “사전적 옵션 구성을 통한 선택형 모델, 플랫폼 기반의 활용, 고객 경험의 맞춤화, 기술 혁신을 통한 지능형 맞춤화의 실현 등 보다 비용 효율적인 맞춤화 방안을 다각도로 발굴하는 것이 스마트화 시대에서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준일 연구위원은 또한 “본질적으로는 개인화·맞춤화된 성향을 띤 제품·서비스를 표준화함으로써 새로운 효용가치를 창출하는 방안을 강구해 보는 역발상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유럽의 의류회사인 자라는 다른 기업들이 신제품을 출시하는 데 몇 달이 걸리는 데 비해, 그 기간을 2~4주 정도로 크게 단축시킨 이른바 ‘Fast Fashion’으로 유명하다. 흔히 자라의 혁신성은 자사 매장에서 실시간 고객 니즈 파악을 통해 디자이너들에게 신속히 전달하는 시스템 구축에서 찾는다. 어떻게 보면 맞춤화 트렌드를 잘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 자라의 특성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라의 또 다른 차별성은 지극히 개인화·현지화된 상품인 의류 사업에 있어 글로벌 표준화 체제를 지향한다는 데 있다.
우선 기획, 디자인, 생산, 유통 등 비즈니스 프로세스 전반을 수직 계열화하여 표준화를 뒷받침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디자인이나 사이즈 등의 측면에서 국가별로 차이 없는 제품의 공급, 매장 인테리어 및 매장 관리 방식, 2주마다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 입고, 광고, 숙련된 매장 매니저의 지속적인 고객 모니터링 등을 전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표준화하고 있다. 생산 측면에서도 과거 자동차 산업에서 주로 사용했던 ‘적시생산방식’을 도입하여 입하된 재료가 곧바로 제품 생산에 투입되는 표준화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결국 스마트시대에는 독자적이고 자신의 서비스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솔루션이 요구되는 것이다. 유럽 의류회사인 자라의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운영 방식에 있어서의 표준화를 통해 고객의 맞춤화 니즈를 어느 정도 충족시키는 한편, 규모의 경제와 빠른 스피드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이씨엔 김철민 기자 min@icnwe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