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산업용 전력요금 현실화, 산업분야 IT융합기술 확산에 기여한다
정부는 전력 수급의 안정화를 이유로 다시 전기요금 인상안을 제시했다. 지난 1월 9일 전기요금을 평균 4.0%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 공급 약관 변경안을 승인했다. 이에 앞서 한국전력은 지난 1월 8일 이사회를 열고 정부에 5% 안팎의 전기요금 인상 요구안을 제출했다.
구체적인 인상안을 살펴보면 주택용 2.0%, 일반용 4.6%(저압 2.7%ㆍ고압 6.3%), 산업용 4.4%(저압 3.5%ㆍ고압 4.4%), 교육용 3.5%, 가로등용 5.0%, 농사용 3.0%, 심야전력 5.0%가 인상됐다. 지경부는 이에 따라 도시가구의 월평균 전기요금은 930원 늘어난 4만7500원, 산업체는 27만원 늘어난 638만원선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전기요금이 거듭 오르는 가운데 누진제는 여전히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적용돼 논란이 일고 있다. 누진제는 1973년 1차 석유 파동(오일쇼크)을 계기로 산업체의 생산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가정의 전기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됐다.
현행 누진제는 월 100kWh 단위로 요금을 6단계로 나누고 있다. 전력량요금(주택용 저압 기준)은 1단계(100kWh이하)는 kWh당 59.1원, 2단계는 122.6원, 3단계는 183.0원, 4단계는 273.2원, 5단계는 406.7원, 500kWh 이상의 6단계는 690.8원이다. 1단계보다 2단계부터 6단계까지 단위당 요금은 2.1배, 3.1배, 4.6배, 6.9배, 11.7배 높다. 부가가치세 10%와 전력산업기반기금 3.7%가 추가되면 격차는 더 커진다.
반면 계약전력 300kW 이상 대형건물이나 대형사업체에 부과되는 산업용 전력 요금은 경부하 시간대(23:00∼09:00) 기준으로 57.5원(일반용을. 산업용을 고압C 선택Ⅲ형 기준)의 요금제가 적용된다. 이는 주택용 누진 1단계 요금 kWh당 59.1원보다 싸다. 중간부하 시간대는 kWh당 102.2원, 가장 요금이 높은 최대부하 시간대 요금도 156.5원으로 주택용 3단계 누진제 183.0원보다 저렴하다. 최대부하 요금제 시행시간은 하루 24시간 중 6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 월 400kWh를 쓰던 가정이 2kW 용량의 에어컨을 한 달간 100시간 써 600kWh가 됐다면 전기료는 6만6000원에서 18만원으로 오른다. 사용량은 50% 늘었는데 요금은 2.7배로 급증하는 것이다. 반면에 산업용 전기를 이용했다면 전기료는 9만원 남짓이다. 누진제 탓에 가정 전기요금이 두 배 가량 비싼 것이다.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국가 전력소비 지도’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의 사용비중이 전체 전기 사용량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용 전력 소비량 비중은 전체의 54.0%로 월평균 202억 4560만kWh를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상업용은 27.2%, 가정용 14.6%, 공공용 4.2%의 전기를 소비하고 있다.
절반 이상의 전기가 저가로 공급되고, 이에 따른 비용을 나머지 15% 사용자인 일반 가정용 전기 사용자들이 부담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이에 전체 전기 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에 대한 공급가격 현실화가 먼저 추진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진다. 산업용 전기 사용자들의 수익을 일반 국민들이 간접적으로 부담하고 있으며, 국가전력의 낭비로까지 유도된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이러한 저가 전력의 공급은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장비가 많이 사용되는 산업 현장에서 절전형 제품을 배척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번 산업용 전기 요금 인상폭이 너무 크다며, 3%대로 즐여 줄 것을 요구했다. 이 주장에서 제기하는 근거 자료로 제시된 업계의 의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한상의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산업용 요금을 인상할 경우 에너지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58.0%가 ‘생산·판매 등에 꼭 필요한 만큼 쓰고 있어 더 줄일 수 없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정말로 꼭 필요한 만큼만 전기를 사용하고 있을까? 생산 및 설비가동을 위해 필요한 전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주장과 같다. 노후설비의 교체, 또는 절전 설비의 도입, 전력 에너지 모니터링과 최적화 시스템 구축 등과 같은 절전방안은 다양하다.
정격 전원 공급을 제공하는 인버터를 채용한 절전형 산업 기계의 경우, 인버터를 채용하지 않은 기계보다 50%정도의 절전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성능에도 산업 현장에서 절전형 기기들이 배척받고 있는 것은 “저가 전력으로 인해, 고가 고기능의 절전형 기계 도입에 대한 이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작년 초 한국GM의 인천부평공장은 모터에 인버터 54대를 도입해 연간 전기료를 50% 이상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 전기료 5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전기료가 2억 2천만원선으로 떨어진 것이다.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대형 콤프레샤의 사례도 있다. 220마력짜리 인버터 콤프레샤를 사용하는 한 업체는 기존 220마력 일반 콤퓨레샤 사용시에는 연간 43만kwh를 사용했으나, 인버터 콤프레샤 사용시에는 연간 23만kwh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 절반 가까운 사용량을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콤퓨레샤의 가격이 4배정도 차이가 난다. 이것이 절전형 인버터 채용 기기의 보급을 가로막는 장벽이다. 그러나 대형 콤퓨레샤의 경우에도 4~5년내에 전기요금을 통해 기계 가격을 충당할 수 있는 구조이다. 그럼에도 도입을 서두르지 않는 것은, 전력 사용에 따른 원가 부담이 체감되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산업용 전기요금을 더욱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를 통해 절전형 고기능 혁신제품에 대한 국내 시장 수요를 늘려 줌으로써 신기술 개발을 통한 국가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인버터는 공장에서 제품 운반과 생산에 사용되는 모터를 항상 같은 속도로 유지시켜 준다. 생산량이 많을 때나 적을 때나 같은 속도를 내기 때문에 같은 양의 전기가 들어간다. 인버터는 생산량이 많을 때는 모터를 빨리 돌게 하고, 적을 때는 천천히 돌게 해 효율적으로 전기를 쓸 수 있게 한다. 센 바람만 일으키는 선풍기보다 필요에 따라 바람 세기를 조절하는 선풍기가 전기 사용량이 적은 것과 같은 이치다.
인버터는 대형 공장뿐 아니라 백화점과 할인마트 등 쇼핑시설의 냉난방 설비에도 적용된다. 온도에 따라 공조기의 날개가 도는 속도를 조절해 전력 사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인버터와 함께 각종 모터들을 최적으로 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모터 드라이브 및 제어 시스템들도 전력 절감 솔루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원래 모터 드라이브 솔루션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 등에서의 초정밀 구동을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또한 산업설비에 통신망과 같은 IT기술을 융합해 전력 소모를 지능화 시키는 솔루션도 등장했다. 독일 자동차 제조 회사 폴크스바겐은 이러한 자동차 제조 설비에서의 IT망과 자동화 제어기기를 연결하는 PROFIenergy라는 솔루션을 채용하여 전력 공급과 차단, 기계 운전을 연동하는 방안을 통해 에너지 절감을 실현하는 시험라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전체 공장으로의 확산을 추진중이다.
에너지 모니터링 및 분석이라는 소프트웨어적인 방법을 통한 전력 사용량 절감도 가능하다. 최근들어 제조 설비 및 기계사용 분야에서 네트워크 통신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각 기계 및 설비의 가동현황을 통해 필요한 전력량과 전력 공급 시기 등을 비교분석,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여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들도 출시되고 있다. 이러한 솔루션들은 산업 설비 뿐만 아니라, 화학플랜트, 빌딩, 아파트, 공공설비, 고속도로, 터널 등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
결국 산업용 전기요금의 조속한 현실화를 통해 전력 피크의 걱정에서 벗어나고 일반 가정용 전기료를 포함한 전체 전기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산업용 전기 사용자들이 하루빨리 전력을 절감할 수 있는 기계설비와 솔루션들을 도입함으로써 새로운 시장도 확대하고 산업분야에서의 통신 네트워크와 같은 IT기술의 융합기술의 연구개발과 확산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씨엔 오승모 기자 oseam@icnwe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