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및 위성 에뮬레이션 역량 확보 총 2조 원대 빅딜
글로벌 테스트 및 측정(T&M) 장비 시장의 판도가 다시 한번 요동치고 있다. 키사이트테크놀로지스가 네트워크, 사이버보안, 포지셔닝 분야의 자동화 테스트 및 품질인증(QA) 솔루션 강자인 스파이런트 커뮤니케이션즈(Spirent Communications plc) 인수를 공식 완료했다.
이는 단순한 몸집 불리기를 넘어, 5G, 자율주행, 위성 통신 등 차세대 기술 테스트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키사이트의 핵심 전략으로 풀이된다.
사티시 다나세카란 키사이트 CEO는 이번 인수를 “키사이트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뜻깊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키사이트의 설계, 에뮬레이션, 테스트 분야의 선도적인 전문성과 스파이런트가 강점을 가진 위성 에뮬레이션, 포지셔닝, 네트워크 자동화 역량이 결합됐다”며, “고객에게 더욱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전략 실행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빅딜’의 규모는 총 11억 6천만 파운드, 한화로 약 2조 원(미화 약 14억 6천만 달러)에 달한다. 스파이런트 주주들은 주당 199펜스의 현금과 기지급된 특별 배당금 3.5펜스를 포함해 총 202.5펜스를 지급받게 됐다.
통합 시너지와 규제 승인의 이면
스파이런트는 5G, SD-WAN, 클라우드,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기술의 복잡한 테스트 과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솔루션을 보유한 기업이다. 키사이트가 2조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키사이트가 기존에 보유한 역량에 더해, 스파이런트가 강점을 가진 위성 에뮬레이션과 네트워크 자동화 분야는 미래 통신 및 모빌리티 시장에서 필수적인 기술이다. 이번 인수로 키사이트는 이 핵심 역량을 단번에 흡수하며,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벌리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강력한 발판을 마련했다.
물론, 거대 기업 간의 결합인 만큼 인수 절차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미국 법무부(DOJ), 중국 시장감독관리총국(SAMR) 등 주요국 규제 당국은 시장 독과점을 우려해 제동을 걸었다. 결국 키사이트는 이들 규제 기관과의 합의에 따라, 스파이런트의 사업 부문 중 고속 이더넷, 네트워크 보안, 채널 에뮬레이션 사업을 비아비(VIAVI)에 매각하는 조건에 합의해야 했다.
키사이트는 이 매각 절차를 지난 2025년 10월 16일 완료하며 모든 법적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스파이런트의 주식은 10월 17일부로 런던증권거래소(LSE)에서 상장 폐지됐다. 향후 스파이런트의 운영 및 재무 실적은 키사이트의 커뮤니케이션 솔루션 그룹(Communications Solutions Group)에 통합되어 보고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