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옥상 에어컨 유니트
데이터센터 전체 전력의 40%를 차지하는 냉각 시스템. 이를 최적화하기 위한 AI 솔루션이 제시된다. (사진. abb)

‘디지털 경제의 심장’이라 불리는 데이터센터가 역설적으로 지구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AI 연산 수요 폭증으로 데이터센터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서버 열기를 식히기 위한 ‘냉각 전쟁’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전력 및 자동화 기업 ABB가 AI 기술을 활용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ABB가 영국의 AI 스타트업 ‘옥타이파이프(OctaiPipe)’에 전략적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데이터센터의 딜레마: 전기의 40%가 ‘에어컨’에 쓰인다

데이터센터 운영자들에게 가장 큰 골칫덩어리는 바로 ‘전기요금’이다. 2023년부터 2030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용량 수요는 연평균 19~22%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맥킨지 리포트). 문제는 서버를 돌리는 것만큼이나 서버를 식히는 데 막대한 에너지가 든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데이터센터 전체 전력 소비의 약 40%가 냉각 시스템에서 발생한다.

특히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2030년까지 전체 전력 수요 증가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딜로이트 리포트). 즉, 효율적인 냉각 없이는 데이터센터의 지속 가능한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옥타이파이프의 해법: 하드웨어 교체 없는 ‘AI 지휘자’

ABB가 주목한 옥타이파이프의 기술력은 ‘소프트웨어만으로’ 물리적 한계를 극복한다는 데 있다. 보통 에너지 효율을 높이려면 고효율 냉각기나 펌프로 장비를 교체해야 한다. 하지만 옥타이파이프의 솔루션은 기존 설비에 AI 두뇌를 이식하는 방식이다.

이들의 핵심 기술은 연합 학습(Federated Learning)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 그리고 디지털 트윈(Digital Twins)이다.

  • 오케스트라 지휘자: 에릭 탑햄(Eric Topham) 옥타이파이프 CEO는 자사의 플랫폼을 “오케스트라 지휘자”에 비유한다. 연주자(냉각 장비)들이 각자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지휘자(AI)가 전체적인 조화를 고려해 실시간으로 최적의 성능을 조율한다는 것이다.
  • 보안 중심 설계: 이 솔루션은 클라우드가 아닌 ‘온프레미스(On-premise, 사내 구축형)’ 방식을 채택했다. 데이터 보안에 민감한 데이터센터 운영자들이 외부로 데이터를 내보내지 않고도 AI 최적화를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결과는 놀랍다. 별도의 하드웨어 설치 없이 AI 도입만으로 냉각 에너지 소비를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다. 투자 회수 기간(ROI)이 매우 짧고 설치가 간편하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ABB의 큰 그림: “효율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

ABB 모션 서비스의 앙쿠시 굴라티(Ankush Gulati) 에너지 효율 프로그램 리드는 “에너지 효율은 기업이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지, 단순한 부가 기능(Plus)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ABB는 이번 투자를 통해 자사의 강력한 하드웨어 포트폴리오에 옥타이파이프의 최첨단 AI 소프트웨어를 결합한다. 이는 단순히 기술을 확장하는 것을 넘어, 고객사들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에너지 보안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지다.

결국, ‘똑똑한 냉각’이 경쟁력이다

전력전자 산업에서 하드웨어 효율 개선은 물리적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제 남은 ‘마른 수건’을 짜내는 것은 소프트웨어와 AI의 몫이다.

ABB와 옥타이파이프의 협력은 데이터센터 산업이 ‘무조건적인 확장’에서 ‘지능형 효율화’로 넘어가는 중요한 변곡점을 보여준다. 2030년, 미국 경제가 데이터 처리에 쓰는 전기가 모든 에너지 집약적 제조 산업의 전기 소비량을 합친 것보다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이 ‘AI 냉각 솔루션’은 단순한 절감 기술을 넘어선 생존 전략이 될 것이다.

  • AW 2025
  • K-BATTERY SHOW
  • Embedded World



추천기사

#. 당신의 짧은 의견이 심층 기사 작성에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