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와 현대·기아의 배터리 예열 기술과 전략 분석

전기차 운전자라면 겨울이 오기 무섭게 주행거리 감소와 충전 시간 증가를 걱정하게 된다. 같은 급속충전기에 차를 연결해도, 여름에는 30분이면 되던 충전이 겨울에는 1시간 이상 걸리는 일이 흔하다. 이 현상은 단순히 “추워서 그렇다”는 수준을 넘어, 배터리 내부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과 전기적 특성이 온도에 매우 민감하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전기차 배터리 예열 이미지
(image. 아이씨엔 미래기술센터, by AIArtaWeb)

전기차에 주로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대략 섭씨 25~35도 정도의 온도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동작한다. 이 온도 범위에서는 전해질이 비교적 잘 흐르고, 리튬 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빠르게 오갈 수 있다. 하지만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면 전해질이 점점 끈적해지고, 이온이 이동하는 통로가 좁아진다. 결국 이온이 움직이기 어려워지면서 전류를 흘리기 위한 내부 저항이 커지게 된다.

충전 관점에서 보면, 내부 저항이 높다는 것은 같은 전류를 넣어도 더 많은 발열과 손실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안전한 충전을 위해서는 전류를 제한할 수밖에 없고, 이는 충전 시간이 길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더 큰 문제는, 차가운 상태에서 무리하게 빠른 충전을 시도할 경우, 리튬 이온이 음극 소재 내부로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고 표면에 금속 리튬 형태로 쌓이는 ‘리튬 플레이팅’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금속 리튬은 바늘처럼 자라나 내부 분리막을 뚫고 나가 단락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일부는 다시 돌아오지 못해 배터리의 유효 용량을 영구적으로 줄인다. 겨울철 충전이 단순한 불편을 넘어 배터리 수명과 안전성에 직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배터리 예열’은 어떻게 충전 속도와 수명을 동시에 지키는가

완성차 업체들이 공통으로 선택한 해법이 바로 ‘배터리 예열(Preheating, Preconditioning)’이다. 개념 자체는 단순하다. 충전에 앞서 배터리를 적정 온도까지 먼저 따뜻하게 데운 뒤, 그 상태에서 빠른 충전을 진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차량에서 이를 구현하려면 배터리 팩, 냉각·난방 회로, 파워일렉트로닉스, 제어 알고리즘이 긴밀하게 연동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전기차는 배터리를 액체 냉각 방식으로 관리한다. 배터리 모듈 주변에 냉각수가 흐르는 통로를 만들고, 이 냉각수를 히터, 라디에이터, 히트펌프 등 열관리 장치와 연결해 온도를 조절한다. 예열 모드에서는 전기 히터(주로 PTC 히터)를 사용해 냉각수를 데우거나, 인버터·모터 등 파워일렉트로닉스 장치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해 냉각수 온도를 높인 다음, 이를 배터리 팩으로 순환시킨다.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은 배터리 셀에 붙은 온도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읽어 들이고, 예열 여부와 목표 온도를 정한다.

온도를 20도 안팎까지 올리면 전해질의 점도가 낮아지고, 리튬 이온이 전극 사이를 더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내부 저항이 낮아진 만큼 충전 전류를 높일 수 있고,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에너지를 밀어 넣을 수 있다. 그 결과 충전 시간이 짧아질 뿐 아니라, 저온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튬 플레이팅 위험도 크게 줄어든다. 즉 배터리 예열 기술은 “충전 시간을 줄이되, 배터리 수명과 안전성을 해치지 않는” 절충점을 찾기 위한 핵심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테슬라: 내비게이션과 통합된 ‘완전 자동’ 예열 시스템

테슬라는 자사 급속충전 인프라(V3 슈퍼차저)를 중심으로 배터리 예열 기능을 일찍부터 고도화해 왔다. 대표적인 기능이 ‘On-Route Battery Warmup’이다. 이 기능의 가장 큰 특징은 사용자가 별도로 예열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내비게이션 목적지만 잘 설정하면 시스템이 나머지를 자동으로 처리한다는 점이다.

테슬라 평균 충전시간 비교
테슬라는 슈퍼차저 충전소 이동시 자동으로 배터리 예열을 제공한다. 이는 기존 충전 대비로 25%~50%까지 충전시간을 줄일 수 있다 (image. 테슬라)

작동 방식은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운전자가 차량 내비게이션에서 목적지를 테슬라 슈퍼차저로 설정하면, 차량은 현재 배터리 온도, 잔량, 외기 온도, 이동 거리와 예상 도착 시간을 바탕으로 예열 전략을 계산한다. “충전소에 도착하는 시점에 배터리가 최적 온도에 도달하도록” 역산해, 주행 중 어느 시점부터 예열을 시작할지 결정한다. 통상 도착 15~20분 전쯤부터 예열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예열에 쓰이는 열원은 전용 배터리 히터와 구동계 폐열 두 가지다. 주행 중 모터와 인버터를 구동하면 필연적으로 손실이 발생하는데, 이때 생기는 열을 냉각수를 통해 회수해 배터리 쪽으로 보내면 에너지 효율을 높이면서도 예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부족한 부분은 전기 히터로 보완한다. BMS와 열관리 제어기는 배터리 온도가 목표값에 도달하면 히터 출력을 줄이거나 끄면서 에너지 낭비를 줄인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이 모든 과정이 비교적 단순하게 보인다. 겨울철에 장거리 주행을 하다가 급속충전이 필요해지면, 내비게이션에서 슈퍼차저를 목적지로 설정하기만 하면 된다. 일정 조건이 만족되면 계기판이나 중앙 화면에 “빠른 충전을 위해 배터리를 준비 중”이라는 메시지가 뜨고, 충전소에 도착했을 때는 배터리가 이미 따뜻하게 데워진 상태다. 따라서 충전기 연결 직후부터 비교적 높은 전력으로 충전이 가능해지고, 충전 시간이 줄어든다.

물론 한계도 있다. 충전소까지 거리가 너무 가까운 경우, 예를 들어 5~10분밖에 남지 않았다면 예열에 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이때는 도착 시점에 배터리 온도가 충분히 올라가지 못해, 충전 초반부 전력이 제한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일부 사용자는 먼 충전소를 임시로 목적지로 설정해 예열을 시작한 뒤, 실제 목적지로 바꾸는 식으로 우회하기도 한다. 또한 테슬라의 예열 시스템은 자사 슈퍼차저 네트워크에 최적화되어 있어, 타사 급속충전소를 이용할 때는 동일한 수준의 예열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는 점도 특징이다.

현대·기아: 수동·자동·원격을 모두 제공하는 ‘유연한’ 배터리 컨디셔닝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E-GMP 플랫폼 기반 전기차(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EV6, EV9 등)에 ‘배터리 컨디셔닝 모드’라는 이름으로 예열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기본적인 기술 구조는 테슬라와 유사하게, 액체 냉각·난방 회로와 히터, 히트펌프를 이용해 배터리 온도를 제어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사용자가 기능을 활용하는 경로는 더 다양하고 유연하게 설계되어 있다.

현대자동차 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예열 기술
현대.기아차는 전기차 모델에 배터리 히터 방식의 예열 기술을 적용했다. 이 기술은 배터리 팩 내부를 냉각수가 순환하며 온도를 조절하도록 설계되었고, 냉각수 유입구에 위치한 배터리 히터를 통해 냉각수를 가열하여 배터리 온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image. 현대자동차그룹)

첫 번째는 인포테인먼트 메뉴에서 직접 설정하는 수동 모드다. 운전자는 전기차 관련 설정 메뉴에서 배터리 컨디셔닝 기능을 켜고 끌 수 있으며, 겨울철에는 상시 ‘사용’으로 두고 필요할 때만 해제하는 식으로 운용할 수 있다. 충전소까지 거리가 짧아 내비게이션 기반 자동 예열이 충분히 동작하기 어려운 경우, 출발 직전 또는 주행 중에 수동으로 예열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두 번째는 내비게이션과 연동된 자동 모드다. 내비게이션에서 일정 출력 이상(예를 들어 150 kW급) 급속충전소를 목적지나 경유지로 설정하면, 차량은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거리와 도착 시간, 배터리 온도와 잔량을 종합해 예열 시점을 결정한다. 배터리가 너무 차갑고 잔량이 충분하다면 예열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잔량이 낮아 주행거리가 우선인 상황에서는 예열을 제한한다. 운전자에게는 계기판 내 눈송이 아이콘이나 히팅 코일 아이콘, 혹은 “급속충전 최적화를 위해 배터리를 예열하는 중”과 같은 메시지로 상태가 표시된다.

세 번째는 스마트폰 앱을 통한 원격 예열이다. 운전자가 집이나 사무실에서 출발 준비를 할 때 앱으로 히터를 켜면 실내 온도뿐 아니라 배터리도 함께 데워진다. 일정 시간 동안 원격 공조를 실행하면 배터리 온도가 몇 도씩 상승하고, 이 상태에서 차량에 탑승해 곧바로 급속충전소로 이동하면 이미 예열이 진행된 상태에서 충전을 시작할 수 있다. 이는 특히 출근길 초반에 곧바로 급속충전을 해야 하거나, 외부 온도가 매우 낮은 지역에서 실질적인 체감 효과를 제공한다.

현대·기아의 접근 방식은 다양한 충전 인프라 환경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자사 전용 충전망에만 묶지 않고, 조건을 만족하는 여러 급속충전소에서 배터리 예열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함으로써, 실제 충전 환경이 복잡한 시장에서도 일관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려고 한다. 대신 기능이 메뉴와 조건에 나뉘어 있다 보니, 운전자가 설명서를 제대로 보지 않으면 배터리 예열 기능이 있는지도 모른 채 겨울을 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테슬라 vs 현대·기아 배터리 예열 시스템 비교

아래 표는 두 업체의 예열 시스템을 기술·사용자 관점에서 정리한 것이다. 개념은 비슷하지만, 설계 철학과 사용자 경험이 어떻게 다른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표. 테슬라와 현대·기아 전기차 배터리 예열 시스템 비교

구분테슬라 배터리 예열현대·기아 배터리 컨디셔닝
기본 개념내비게이션에서 슈퍼차저를 목적지로 설정하면, 주행 중 자동으로 배터리를 예열해 도착 시 빠른 충전이 가능하도록 준비하는 방식배터리 온도가 낮을 때, 수동·자동·원격 세 가지 방식으로 배터리를 예열해 급속충전 성능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식
예열 대상 인프라주로 테슬라 V3 슈퍼차저 등 자사 급속충전망 중심일정 출력 이상의 DC 급속충전소 전반(지역·사업자별 정책 차이는 있을 수 있음)
활성화 방식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슈퍼차저로 설정하면 자동 활성화. 별도의 예열 버튼은 없음차량 설정 메뉴에서 수동 ON/OFF, 내비게이션 목적지 설정 시 자동 예열, 스마트폰 앱을 통한 원격 예열 등 다양한 경로 제공
예열 제어 주체시스템 중심. 운전자는 내비게이션 설정 외에는 개입 여지가 거의 없음운전자와 시스템이 함께 제어. 상황에 따라 운전자가 직접 예열 여부와 시점을 선택 가능
예열 시작 시점예상 도착 시간과 배터리 온도·외기 온도를 계산해, 도착 10~20분 전쯤부터 자동으로 예열 시작배터리 온도, 잔량, 충전소 종류 등을 고려해 자동 예열 시점을 결정하거나, 운전자가 미리 수동/원격 예열 가능
예열 에너지원배터리 히터와 구동계(모터·인버터)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해 활용배터리 히터, 히트펌프, 냉각·난방 회로를 통한 적극적 온도 제어. 일부 모델은 운전석·실내 공조와도 연동
사용자 인터페이스화면에 “고속 충전을 위해 배터리를 준비 중” 등의 메시지 표시. 세부 설정은 거의 드러나지 않음계기판 아이콘, 안내 메시지, 설정 메뉴를 통해 예열 상태와 옵션을 비교적 명확히 제공
장점사용자가 별도 조작을 하지 않아도, 내비만 제대로 쓰면 예열 혜택을 누릴 수 있음. 자사 충전망과 강력히 통합된 경험 제공다양한 충전 환경에서 유연하게 대응 가능. 출발 전 원격 예열 등 시나리오 선택 폭이 넓고, 운전자가 전략적으로 예열을 활용할 수 있음
단점자사 충전망 중심으로 최적화되어 타사 충전소에서는 예열 혜택이 제한될 수 있음. 예열 시점을 사용자가 세밀하게 조절하기 어렵다기능 구조가 상대적으로 복잡해, 사용자가 기능 존재와 작동 조건을 숙지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음
출처. 아이씨엔 미래기술센터

이 표에서 보듯, 테슬라는 “사용자는 내비게이션만 쓰면 되고 나머지는 차량이 자동으로 처리한다”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설계했다. 반면 현대·기아는 다양한 충전 인프라를 전제로, 운전자가 상황에 따라 직접 전략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방식을 택했다. 두 접근 모두 장단이 뚜렷하며, 시장·인프라 환경에 따라 체감 장점이 달라질 수 있다.

배터리 예열 기술의 미래 방향과 전망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확대될수록, 겨울철 충전 문제는 점점 더 많은 사용자에게 체감되는 이슈가 될 것이다. 특히 북미·유럽·한국처럼 겨울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지역에서는, 같은 차종이라도 “겨울에 얼마나 잘 충전되느냐”가 구매 결정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배터리 예열 기술은 이제 단순한 부가 기능이 아니라, 전기차 경쟁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EV Battery pre-warming image
(image. 아이씨엔 미래기술센터, by Google Gemini)

아이씨엔 미래기술센터 오승모 수석연구위원은 “지금까지의 배터리 예열은 ‘겨울에 충전이 너무 느리니까, 그때그때 대응하자’는 수준의 보조 기능에 가까웠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차량과 충전 인프라, 전력망, 그리고 사용자의 일상 패턴까지 모두 연결된 상태에서 예열 전략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차량이 내일 아침 출근 시간과 예상 주행 거리, 날씨 데이터를 알고 있다면, 밤새 어떤 타이밍에 어느 정도의 온도까지 배터리를 예열해야 가장 효율적인지 스스로 계산해 실행하는 식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파워일렉트로닉스 관점에서는 배터리·인버터·온도 제어를 하나의 통합 에너지 관리 문제로 바라보고, 계절과 운전 패턴에 따라 달라지는 ‘동적인 최적점’을 찾아가는 방향으로 기술이 진화할 것이다.”라고 배터리 예열 기술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테슬라와 현대·기아의 배터리 예열 시스템은 각각 다른 출발점에서 같은 지향점을 향해 가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나는 자사 충전망과의 긴밀한 통합을 바탕으로 “최대한 자동화된 경험”을 추구하고 있으며, 다른 하나는 다양한 인프라 환경 속에서 “운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채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두 방향 모두 결국에는 차량과 충전소, 그리고 에너지 관리 시스템이 더 촘촘하게 연결되는 ‘통합 제어’로 수렴할 가능성이 크다.

겨울철 배터리 예열은 전기차 안에서만 벌어지는 조그마한 온도 조절 문제가 아니다. 전력망의 피크 부하 관리,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 도심 충전 인프라 효율화 등 더 큰 시스템 안에서 고려해야 할 변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파워일렉트로닉스 기술자는 이제 배터리 셀과 인버터, 충전기만 바라보는 데서 나아가, 열관리와 사용 패턴, 에너지 정책이 얽힌 큰 그림 속에서 배터리 예열 기술의 의미를 다시 정의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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