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전기차 충전소에 도착한 당신.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젖은 충전기 화면을 터치하며 회원 카드를 찾느라 주머니를 뒤적입니다. 결제 오류라도 나면? 그야말로 ‘충전 스트레스’가 폭발하는 순간이죠.

하지만 이제 이런 풍경은 옛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충전의 패러다임을 바꿀 기술, ‘플러그 앤 차지(Plug and Charge, 이하 PnC)’ 생태계를 본격적으로 넓히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PnC EV Charging Station
PnC EV Charging Station (이미지. 아이씨엔 미래기술센터, by Gemini)

차와 충전기가 나누는 ‘비밀 암호’

PnC 기술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꽂으면 끝”입니다. 복잡한 인증 절차, 회원 카드 태그, 신용카드 결제? 다 필요 없습니다. 그저 충전 케이블을 차에 연결하기만 하면 됩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요? 기술의 핵심은 ‘차량과 충전기 간의 암호화 통신’에 있습니다.

  1. 인식: 충전기를 꽂는 순간, 충전기가 묻습니다. “너 누구니?”
  2. 인증: 차량이 저장된 고유의 암호화된 정보를 건넵니다. “나 현대 아이오닉 5야. 주인은 모비타임즈이고, 결제 정보는 이거야.”
  3. 충전 및 결제: 충전기가 정보를 즉시 확인하고 전력을 공급합니다. 충전이 끝나면 등록된 결제 수단으로 요금이 자동 청구됩니다.

이 모든 과정이 우리가 스마트폰 잠금을 얼굴 인식으로 풀듯, 눈 깜짝할 사이에 자동으로 이루어집니다. 기존의 실물 카드 방식보다 보안성은 훨씬 높으면서 과정은 극도로 단순해지는 것이죠.

“이피트(E-pit)를 넘어 전국으로”

사실 이 기술은 현대차그룹의 초고속 충전소 ‘이피트(E-pit)’에서는 이미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장소의 한계’였죠. 아무리 좋은 기술도 쓸 수 있는 곳이 적으면 무용지물이니까요.

이번 발표가 반가운 이유는 바로 ‘개방과 확장’ 때문입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주요 충전 사업자 12곳과 손을 잡았습니다.

  • 1단계 (2026년 1분기): 국내 급속 충전소 강자 ‘채비’, 그리고 ‘현대엔지니어링’과 협업해 PnC 가능 충전소를 1,500곳 이상으로 늘립니다.
  • 2단계 (순차 확대): GS차지비, 나이스인프라,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등 나머지 10개 파트너사와도 네트워크를 연결합니다.

이제 고속도로 휴게소뿐만 아니라, 도심 곳곳의 마트나 공공주차장에서도 “그냥 꽂기만 하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완속 충전기까지? 집밥도 똑똑해진다

더 흥미로운 점은 급속 충전뿐만 아니라, 아파트나 주택에서 주로 쓰는 ‘완속 충전기’에도 이 기술을 적용한다는 계획입니다. 정부의 화재 예방형 스마트 제어 충전기 보급 정책과 발맞춰, 올 하반기부터는 퇴근 후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꽂아두기만 하면 인증과 과금이 알아서 해결되는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술은 ‘편리함’으로 완성된다

전력전자 기술의 발전은 단순히 효율을 높이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결국 기술의 최종 목적지는 사용자의 편의성입니다.

테슬라가 ‘슈퍼차저’를 통해 충전 경험을 혁신했던 것처럼, 현대차그룹의 이번 PnC 네트워크 확장은 국산 전기차 생태계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복잡한 앱과 카드는 이제 서랍 속에 넣어두세요. 자동차와 충전기가 알아서 대화하고 계산하는 시대, ‘PnC’가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습니다.


요약: 현대차그룹 PnC 확대, 무엇이 달라지나?

  • What: 전기차에 충전기만 꽂으면 인증·충전·결제가 한 번에 해결되는 기술 (PnC)
  • Where: 기존 이피트(E-pit) 64곳 -> 2026년 1분기까지 1,500곳 이상으로 확대
  • Who: 채비, 현대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총 12개 주요 충전 사업자와 제휴
  • Future: 급속 충전은 물론, 아파트 완속 충전기까지 적용 범위 확대 예정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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