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력 반도체 SiC 기술로 전력 변환 효율 ‘99%’ 극한 달성
반복되는 AC↔DC 변환 손실 감축… 데이터센터·EV 충전·마이크로그리드 핵심 기술 내재화
19세기 말, 토머스 에디슨과 니콜라 테슬라가 벌였던 ‘전류 전쟁(War of Currents)’에서 승리한 것은 송전이 쉬웠던 테슬라의 교류(AC)였다. 그렇게 지난 100여 년간 전 세계 전력망은 교류가 지배해 왔다. 하지만 21세기 디지털 문명에서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도로 위를 달리는 전기차(EV), 태양광 발전소와 에너지저장장치(ESS), 그리고 AI 열풍으로 가파르게 늘어나는 데이터센터의 서버에 이르기까지 모든 첨단 기기는 사실 ‘직류(DC)’로 작동한다.
문제는 발전소에서 만든 교류 전기를 기기에서 쓰기 위해 직류로 바꾸는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전력이 열로 허공에 사라진다는 점이다. 교류를 직류로, 다시 직류를 교류로 바꾸는 반복적인 변환 과정 자체가 거대한 에너지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전기화 및 자동화 분야의 글로벌 리더 ABB가 이 버려지는 전기를 잡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프랑스의 SiC(실리콘 카바이드) 기반 전력 변환 솔루션 전문 기업 ‘어드반틱스(Advantics)’를 전격 인수하며 차세대 직류(DC)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선 것이다.
‘꿈의 반도체’ SiC와 만나다… 전력 변환 효율 ‘99%’의 기적
이번 인수의 핵심 키워드는 ‘SiC(실리콘 카바이드, 탄화규소)’와 ‘99%’라는 숫자에 있다.
어드반틱스는 프랑스 동부에 위치한 전력 변환 기술 벤처기업으로, 기존 실리콘(Si) 반도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화합물 반도체 소재인 SiC를 활용해 독보적인 전력 변환 모듈을 개발해 왔다. SiC 전력 반도체는 기존 실리콘 대비 높은 전압과 온도를 견딜 수 있고 스위칭 속도가 빠르다. 그만큼 열 손실을 줄이면서도 장비를 대폭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는 ‘고전력 밀도’가 특징이다.
특히 어드반틱스는 하드웨어, 펌웨어, 소프트웨어를 하나로 통합해 전력 변환 효율을 무려 최대 99%까지 끌어올리는 기술력을 입증했다. 전력전자 공학에서 99%의 변환 효율은 사실상 에너지 손실이 ‘1%’에 불과한 이론적 극한에 가까운 수치다.
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시대를 관통하는 ABB의 수직계열화

ABB가 어드반틱스를 품은 배경에는 데이터센터와 전기차(EV) 인프라, 마이크로그리드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존재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20% 수준에서 2035년 약 36%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특히 24시간 수백만 대의 서버가 가동되는 AI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린다. 데이터센터 내부 전력망을 교류(AC) 대신 직류(DC) 아키텍처로 전환하면, 불필요한 변환 단계를 줄여 전력 소비를 대폭 감축할 수 있다.
ABB는 기존의 차단기, 배전 솔루션, 디지털 제어 기술에 어드반틱스의 초고효율 SiC 전력 변환 모듈을 결합함으로써 “DC 전력을 설계하고, 보호하고, 변환하고, 분배하고, 관리하는” 차세대 DC 생태계의 풀 라인업을 완벽하게 완성하게 됐다.
마시밀리아노 치팔리티(Massimiliano Cifalitti) ABB 스마트 파워 사업부 총괄 사장은 “어드반틱스의 전력 변환 기술과 세계적 수준의 엔지니어링 전문성은 데이터센터, 산업용 마이크로그리드, EV 인프라 분야에서 ABB의 경쟁력을 강화할 소형·고효율 기술력 확대를 가져올 것이다”며 “양사가 함께 차세대 DC 솔루션 공급을 가속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어드반틱스의 설립자 겸 CEO 미칼 엘리아스(Michal Elias) 역시 “SiC 기술이 획기적인 성능을 낼 수 있음을 입증해 왔다”며 “비전을 공유하는 ABB와 함께 향후 10년간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을 뒷받침할 핵심 인프라를 만들어갈 것이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2026년 4분기 거래가 종결되면 ABB는 전력 변환 효율 99%라는 무기를 바탕으로 글로벌 데이터센터와 친환경 에너지 시장의 직류 혁명을 더욱 거세게 이끌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