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정유 공장 등 폭발 위험 구역에 ‘IE6(초고효율)’ 기술 세계 최초 적용
희토류 없는 SynRM 기술로 기존 IE3 유도 모터 대비 에너지 손실 최대 60% 싹둑

석유화학 플랜트, 해양 유전, 제약 및 분진이 날리는 식음료 공장. 이곳들의 공통점은 공기 중에 가연성 가스나 미세한 먼지가 떠다녀 아주 작은 불꽃(Spark) 하나로도 대형 폭발이 일어날 수 있는 이른바 ‘위험 구역(Hazardous Area)’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현장에서 펌프나 팬을 돌리는 ‘심장’ 역할을 하는 산업용 모터는 폭발을 막기 위해 두꺼운 갑옷을 입고 꽁꽁 싸맨 ‘방폭(Explosion-proof)’ 설계를 갖춰야만 한다. 하지만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다 보니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는 기술적 한계가 존재했다.
그런데 이 견고한 장벽이 마침내 깨졌다. 전기화 및 자동화 분야의 글로벌 리더 ABB가 세계 최초로 폭발 위험 구역(Zone 1, Zone 2)에서도 사용 가능한 ‘IE6 등급의 초고효율 안전증 모터(IE6 SynRM Increased Safety Motor)’를 출시하며 산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안전하면서 가장 효율적일 것”… 마의 장벽 IE6를 넘다
모터의 에너지 효율 등급(IE: International Efficiency)은 숫자가 클수록 고효율을 의미한다. 현재 산업 현장에서 널리 쓰이는 표준이 IE3라면, IE4와 IE5를 거쳐 IE6는 현존하는 상용 모터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초고효율’을 상징한다.
안전 규제가 까다로운 방폭 구역에 IE6 등급을 구현해 낸 것은 전력전자 및 모터 제어 기술의 쾌거다. 국제 및 유럽 방폭인증(IECEx·ATEX)을 모두 통과한 이 제품은 기존 현장에 깔려있는 IE3 유도 모터와 비교했을 때 에너지 손실을 무려 최대 60%까지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비결은 ‘비자석형(SynRM)’… 골칫거리 희토류 쏙 뺐다
비전공자라면 “고효율 모터면 당연히 강력한 영구자석이 들어간 것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ABB의 진짜 혁신은 ‘자석을 쓰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 모터에는 희토류 자석 대신 자기 저항의 차이를 이용해 회전력을 얻는 동기식 릴럭턴스(SynRM) 기술이 적용됐다. 수급이 불안정하고 환경 오염 이슈가 꼬리표처럼 붙는 희토류 영구자석을 배제하면서도 최고의 효율을 달성한 것이다.
또한, SynRM 기술 특성상 발열이 적어 냉각 성능이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덕분에 가스 폭발 위험이 높은 Zone 1 구역에서 무겁고 비싼 내압 방폭 모터를 대체할 수 있으며, Zone 2 구역에서는 유도 모터보다 부하 대응 능력이 좋아 더 작은 크기의 모터로도 똑같은 힘을 내는 ‘다운사이징’이 가능해졌다. 공간과 설치 비용을 동시에 잡은 셈이다.
모터 1대가 쏘아 올린 나비효과… “가솔린차 37대 분량 탄소 지운다”
그렇다면 IE6 모터로 업그레이드했을 때 현장에서 체감하는 경제적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ABB의 분석에 따르면, 110kW 규모의 모터 단 한 대를 IE6 등급으로 교체하고 20년(일반적인 사용 수명)을 가동할 경우, 약 8만 7,520유로(한화 약 1억 5천만 원)의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동시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5만 7,540kg이 줄어드는데, 이는 가솔린 승용차 37대를 1년 내내 운행할 때 뿜어내는 매연을 통째로 없애는 것과 맞먹는 수치다. 공장 내에 이런 모터가 수십, 수백 대 돌아가고 있다고 상상해 보면 그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다.
특히, 이 제품은 가변속 드라이브(VSD)와 완벽한 호환을 인증받아 펌프, 팬, 압축기 등 상황에 따라 속도 조절이 필요한 설비에서 정밀한 제어와 극한의 효율을 자랑한다. 110kW 이상의 대형 출력 모델로 우선 공급되며, 90kW 이하의 중소형 모델은 IE5 등급으로 제공된다.
스테판 플뢰크(Stefan Floeck) ABB IEC 저압 모터 사업부 사장은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에너지 효율 보고서 2025’를 통해 지속 가능한 기술에 대한 합리적 접근을 강조했다”며,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이번 IE6 고효율 SynRM 모터는 운영 비용 절감과 넷제로(Net-Zero)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산업계에 가장 완벽한 해답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