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이 발표한 ‘2026년 기술 전망’에 따르면, 기술 산업의 무게중심이 클라우드 중심의 AI 학습에서 엣지(Edge) 디바이스 기반의 AI 추론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Arm은 폭증하는 AI 전력 소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열쇠로 ‘에너지 효율성’을 꼽았으며, 자동차 산업의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전환과 칩렛(Chiplet) 생태계 확장이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는 전력 반도체 및 전력 관리 시스템(PMIC) 분야에도 고효율·고집적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더 작게, 더 똑똑하게, 그리고 더 적은 전력으로.”
글로벌 반도체 설계 자산(IP) 기업 Arm이 내다본 2026년 기술 시장의 풍향계는 명확하다. 거대언어모델(LLM)이 촉발한 AI 혁명이 이제 데이터센터라는 거대한 발전소를 벗어나, 우리의 손바닥(스마트폰)과 도로 위(자동차), 그리고 산업 현장(IoT)으로 스며드는 ‘엣지 AI(Edge AI)’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Arm이 최근 발표한 기술 전망 보고서를 통해 다가올 2026년, 전력전자 엔지니어들이 주목해야 할 기술적 변곡점들을 짚어봤다.
거대 모델의 다이어트, ‘엣지’로 오는 AI
지난 몇 년간 전 세계는 엔비디아 GPU 수천 개를 연결해 거대한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몰두했다. 하지만 Arm은 2026년이 ‘추론(Inference)의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학습된 AI를 실제 서비스로 돌리는 추론 과정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를 클라우드에서 모두 처리하기에는 전력 비용과 지연 시간(Latency) 문제가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파라미터(매개변수) 수를 줄이면서도 성능을 유지하는 소형언어모델(SLM)이 부상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같은 엣지 디바이스에서 인터넷 연결 없이 AI가 구동되려면, 제한된 배터리 용량 안에서 최고의 성능을 내야 한다. 이는 곧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NPU(신경망처리장치)의 전력 관리 기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짐을 의미한다.
자동차, ‘바퀴 달린 데이터센터’로 진화
전력전자 산업의 가장 큰 먹거리인 자동차 분야에서는 SDV(Software-Defined Vehicle)로의 전환이 가속화된다. Arm은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컴퓨팅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수백 개의 독립된 ECU(전자제어장치)가 제각각 동작했다면, 이제는 고성능 중앙 컴퓨터가 차량 전체를 제어하는 ‘존(Zonal) 아키텍처’가 대세가 된다. 이 변화는 차량 내 전력 분배 시스템(PDS)의 근본적인 혁신을 요구한다. 중앙 집중형 컴퓨팅을 위한 고전력 공급과 동시에, 말단 센서와 구동기(Actuator)로 가는 전력 효율을 극대화해야 전기차(EV)의 주행 거리를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칩렛(Chiplet), 무어의 법칙을 넘어서는 패키징의 마법
단일 칩의 성능을 높이는 것이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면서, ‘칩렛’ 기술이 핵심 솔루션으로 자리 잡는다. 칩렛은 서로 다른 공정에서 생산된 반도체 조각(Die)들을 레고 블록처럼 연결해 하나의 패키지로 만드는 기술이다.
Arm은 2026년에는 이 칩렛 생태계가 더욱 개방적이고 표준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력전자 관점에서 새로운 도전이다. 좁은 패키지 안에서 여러 칩이 동작할 때 발생하는 ‘열’을 어떻게 식힐 것인가, 그리고 각 칩렛에 어떻게 안정적인 전원을 공급할 것인가에 대한 고난도 PMIC 설계 기술이 요구된다.
결국 핵심은 ‘와트(Watt) 당 성능’
Arm의 이번 전망을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는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이다. AI가 똑똑해질수록 지구가 뜨거워진다는 역설을 해결하지 못하면 기술의 발전은 멈출 수밖에 없다.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냉각 비용을 줄이는 것, 전기차의 전비를 높이는 것, 스마트폰의 배터리 수명을 늘리는 것. 이 모든 과제의 끝에는 전력전자 기술이 있다. Arm이 그리는 2026년은 소프트웨어의 혁신처럼 보이지만, 그 밑바닥에는 하드웨어의 극한 효율성을 달성하려는 치열한 ‘전력 전쟁’이 예고되어 있다. 이제 ‘얼마나 빠른가’보다 ‘얼마나 효율적인가’가 기술의 승패를 가르는 척도가 될 것이다.





